[인터뷰] 박성율

관리자
2026-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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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율 Park Sung lul

인터뷰어 : 김가현



"춤을 잠시 멈추고 글을 쓰러 왔습니다"


Q. 작가님 본인을 소개해주세요!

저는 박성율이라고 합니다. 정해진 패턴을 배워서 흡수하는 춤이 아닌, 스스로 움직이는 길을 찾아 진정한 자신의 것을 만드는 즉흥 춤, ‘스스로 춤’ 메소드를 이어가고 있습니다. 요즈음은 ‘너머’라는 단어를 가지고 작업을 진행해요. 굴에 입주해서는 내가 춤을 추는 이유, 그리고 삶의 근본적인 질문을 나 자신에게 던져 보려 합니다.


Q.  춤은 <프로젝트 굴 Guul>에서 처음 만나는 장르이자, 다양한 예술 분야 중에서도 접할 기회가 적고, 낯설게 느껴지기는 장르이기도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박성율의 춤'에 대해 조금 더 듣고 싶습니다. 

솔직히 저도 궁금하네요. ‘박성율의 춤’은 무엇일까요? 처음 받아보는 질문이라 여러 생각이 드는데요. 질문을 살짝 바꾸어서 ‘요즘 제가 생각하는 춤’에 대해 말씀드릴게요. 숨 쉬는 모든 것은 춤을 춥니다. 그리고 생을 살아가는 모든 것은 춤을 추는 듯합니다. 움직이는 모든 행위와 감정 그리고 움직이는 자연의 모든 것을 춤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그들마다 각자의 리듬을 가지고 춤을 추고 있는 것 같아요. 저는 이러한 리듬을 발견하고 그것을 몸으로써 드러내는 춤을 추고 있습니다.


Q.  요즘 글 쓰고 싶은 욕망이 차오른다고 하셨지요. 그리고 평소에 시를 쓰시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작가님에게 '글(혹은 시)'는 어떤 의미로 다가오나요? 그것이 춤과 어떻게 연결되나요?

그간 제 관점은 몸에 치중되어 있었어요. 순간순간 느껴지는 감각을 훈련하고 그것을 몸으로 드러내는 것에 주로 집중해왔죠. 이제는 춤추면서 느꼈던 것과 그 순간 들어온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들어요. 그 마음이 글 쓰고 싶다는 욕망으로 올라오는 것 같습니다. 시를 쓰는 행위는 춤과 많이 닮았어요. 이를테면, 팔을 드는 춤사위 하나에 슬픔, 기쁨, 혹은 강한 느낌 등이 함축적으로 담겨 있을 수 있습니다. 마치 시 언어에서 하나의 단어에 많은 의미가 담기는 것처럼요. 시 언어의 매력은 전혀 연결되지 않을 것 같은 것을 연결한다는 점이에요. 지금 내 입에 닿는 찻잔과 떠오르는 태양을 연결짓기도 하죠. 춤도 그래요. 내 발과 머리를 연결하고, 밖에서 흔들리는 나뭇잎과 내 가슴을 연결합니다. 그래서 춤과 시에는 공통점이 있다고 느껴요. 논리적으로는 이해되지 않는다는 점도요. 


Q. 춤은 몸을 매개로 이루어지는 행위이죠. 요즘 '몸'에 대해서 특별히 느끼는 점이나 떠오르는 생각이 있으신가요?

몸을 투명하게 만드는 것이요. 안과 밖이 막힘없이 흘러갈 수 있는 상태를 만들고자 합니다. 그렇게 몸이 투명해지면 평소 느껴보지 못한, 말로는 표현하기 어려운 ‘약간 기분 좋은’ 느낌을 발견하게 되어요.


Q. 춤에 대한 고민의 과정을 하나의 완성된 작품으로 보여주는 것 외에, 그 과정을 관찰하고 기록하는 작업을 하고 싶다고 말씀하셨죠. 작가님의 춤 세계에 있어서 '과정'이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요?

결과물로서의 작품은 시간의 한계성을 내포하기에 일부만을 볼 수밖에 없다는 한계가 있습니다. 실질적으로 과정에서 발견한 좋은 것들을 다 담지 못할 때가 많아요. 춤 작업은 순간을 다루는 예술입니다. 순간들을 모아 하나의 흐름을 만들고 리듬을 만들어내죠. 그 순간들의 연결성은 때론 이해가 되기도 하고, 때론 이해되기 어려운 지점도 있어요. 하지만 ‘과정’에서의 변화를 알아가면 작품을 볼 때 훨씬 흥미로운 지점을 발견할 수 있어요. 어쩌면 ‘과정’은 무용이라는 다소 어려운 장르를 소통할 수 있는 또 다른 방법이라고도 생각합니다.


Q. 도시와 떨어져 자연 가까이에서, 그리고 낯선 지역에서 인상 깊게 마주한 장면, 혹은 느껴본 경험이 있으신가요?

저는 걷는 여행을 좋아해요. 목적지를 정하지 않고 그냥 걷다 보면 갑자기 들어오는 자연을 만나게 되어요. 저는 그런 순간, 그런 장면을 좋아합니다.


Q. 굴 Guul이라는 장소가 작가님의 작업에 어떤 자극, 혹은 전환을 줄 수 있을까요? 굴 Guul에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굴 프로젝트를 처음 알게 되었을 때 꼭 한 번 굴에 머물러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어느 순간 춤 작업을 기계처럼 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어 올해는 작업을 안 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리고 그간의 생각들을 정리하고 싶어졌어요. 굴 프로젝트를 통해 파편적인 생각들을 글로 정리하고 싶은 마음이 큽니다. 그리고 굴 운영진과 대화를 많이 나누고 싶습니다.


Q. 앞으로의 활동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춤을 통해 얻은 생각들을 계속해서 글로 정리하는 작업을 해나갈 예정입니다. 그리고 내년에는 ‘너머’ 시리즈의 마지막 ‘너머의 몸’을 준비하려고 해요. 최종 목표는 오랫동안 춤추며 살아가는 것입니다. 사는 동안 움직임을 꾸준히 확장해나가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