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김지혜

관리자
2025-0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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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지혜 Kim Ji Hye

인터뷰어 : 김가현



"성과와 목적에 대한 압박에서 벗어나 내면의 소리에 깊이 귀 기울여보는 시간"


Q. 당신을 소개해 주세요!

안녕하세요. 저는 사진 매체를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는 김지혜라고 합니다. 최근에는 저를 ‘이응’이라고 부르는 사람들이 많아졌어요. 최근 공간을 운영했었는데 그곳 이름이 이응이었거든요. 동그란 모양의 작업을 해와서 그렇게 불리는 걸 내심 좋아하고 있습니다.


Q. 현재 작업 중인 프로젝트, 혹은 작품(주제)가 있나요?

‘감각의 한계와 오류’를 주제로 작업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감각 기관은 제한적인 범위의 정보만을 수용할 수 있는데, 우리는 이를 종종 망각한 채 ‘내가 보는 것이 세계의 전부’라고 착각합니다. 눈은 가시광선만을 인지하고 귀는 일정 범위의 음파만을 들을 수 있지만, 이처럼 필터링 된 정보를 우리는 전부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습니다. 이러한 감각의 물리적 한계뿐 아니라, 그로 인해 발생하는 인식의 오류—기억의 변형, 확증 편향 같은 심리적 기제—에도 주목합니다. 결국 우리가 받아들이는 모든 정보는 걸러진 신호임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그것을 객관적 진실이라 믿는 경향이 있습니다. 저는 이러한 착각의 구조를 시각적으로 풀어내고, 관객이 ‘인식의 틀’을 자각하는 계기를 만들어보려고 시도합니다.


Q. 그 주제에 관심을 갖게 된 계기나 문제의식이 궁금해요.

처음엔 사진이라는 매체를 다루면서 생긴 회의감에서 시작됐습니다. 사진의 경우 이미지가 마치 ‘객관적 사실’처럼 보이는데, 이런 특징 때문에 다른 어떤 장르보다도 교묘한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매체처럼 느껴졌어요. 그러던 중 카메라 렌즈가 동그란데 결과물은 네모난 사진으로 기록된다는 점이 흥미롭게 느껴졌습니다. 렌즈를 통과해 들어온 빛은 ‘이미지 서클’이라고 불리는 원형의 상으로 맺히지만, 카메라는 이 중 필름이나 센서 면적에 해당하는 일부만을 기록합니다. 다시 말해, 카메라 안에서도 상당한 이미지가 잘려 나가고 있는 셈입니다. 이런 구조를 보며 저는 ‘기록되는 것과 기록되지 못하는 것’, ‘인식되는 것과 인식되지 않는 것’ 사이의 간극에 관심을 갖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우리가 세상을 인식하는 방식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되었습니다.


Q. 굴Guul 이라는 장소가 작업에 어떤 자극, 혹은 전환을 줄 수 있을까요?

사실 처음에는 빠르게 굴러가는 일상에서 잠시 스스로를 분리시킬 수만 있다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굴을 직접 보고 나서는 그 이상을 기대하게 됐어요. 장소가 가지고 있는 힘이 큰 곳들이 있잖아요. 가만히 있어도 뇌에 공기가 통하는 기분(?)이 드는 곳들이랄까요ㅎㅎ 다소 괴상한 표현이지만 굴은 그런 장소들 중 하나인 것 같아요. 장소가 가진 적당한 고요함과 싱크가 맞는 작업을 할 수 있게 되기를 기대하고 있습니다.


Q. 프로젝트 <굴guul>에 체류하게 된 소감, 그리고 이곳에서 꼭 해보고 싶은 일이 있다면요?

우선 감사한 기회들이 연쇄적으로 이어졌다는 사실 자체가 정말 신기하게 느껴졌습니다. 처음 굴이라는 공간을 들었을 때, 어떤 것이든 온전히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이겠구나 하는 인상이 있었고, 그 공간을 만든 두 분에 대한 궁금증도 자연스럽게 생겼어요. 체류하는 동안에는 제 속도대로 주변을 바라보고 기록하고 싶습니다. 어떤 성과나 목적에 대한 압박에서 조금은 벗어나, 제 내면의 소리에 더 깊이 귀 기울이는 시간을 가져보려 합니다. 그래서 더 나다운 삶, 나다운 작업에 가까워지고 싶어요.


Q. 도시와 떨어져 자연 가까이에서, 그리고 낯선 지역에서 인상깊게 마주한 장면이나 감정이 있나요?

근처 시설에서 문화예술교육도 함께 진행하고 있는데, 참여자분들과 함께 공원에 간 날이 기억에 남습니다. 마주치는 사람들마다 자연스럽게 인사를 나누는 모습이 인상적이었어요. 서로 알고 지내는 사이라서 그런 건지, 아니면 그저 이 지역의 문화인 건지 모르겠지만, 도시에서는 좀처럼 보기 힘든 풍경이어서 낯설면서도 반가웠습니다. 그리고 도착하자마자 강하게 느낀 건 공기였습니다. 단지 코로 마시는 공기의 농도나 온도만이 아니라, 이곳의 분위기 전체가 다르게 느껴졌어요. 소리와 빛의 질감도 분명 달랐고요. 같은 새소리, 바람 소리, 발소리도 훨씬 깊게 들리는 느낌이었어요. 전체적으로 차분하면서도 여유로운 감각들이 좋았습니다.


Q. 작가로서 앞으로의 활동 계획과 목표가 궁금합니다!

앞으로도 감각과 인식의 구조에 대한 탐구를 지속하면서, 보다 다양한 방식으로 관객과의 접점을 확장해 보고 싶습니다. 더 복합적인 감각 요소를 활용한 작업을 위해 공부도 더 하고, 매체 실험도 다양하게 시도해 보려고 합니다. 문화예술교육이나 문화 기획에도 관심이 많습니다. 표현하고 싶은 주제를 작업으로만 다루기보다, 사람들이 직접 체험하고 느끼며 질문을 품어볼 수 있는 장을 만들고 싶어요. 작업이 개인의 표현에 그치지 않고, 누군가의 인식에 미묘한 균열을 만드는 계기가 된다면 그 자체로 충분히 의미 있을 거라고 생각합니다. 작업과 삶이 어떻게 맞닿을 수 있을까를 고민해왔기 때문에, 앞으로도 그런 방향에서 활동을 이어가고 싶습니다.